사부작사부작

어젯밤 꿈

bowstring 2026. 4. 28. 10:16

쌓인 일과를 꾸역꾸역 진행하며, 적적한 공기를 매꾸고자 틀어놓은 유튜브에 심취하여

무의미하게 새벽을 향하는 시간 속

청취하던 방송이 끝나, 이젠 자야겠구나 하고 누웠던 그 때

갑자기 내 상체를 끌어들이며 머리부터 빨려들어가는 듯한 고통을 느끼던 중

다행히 입이 움직여져 옆에 누운 아내에게 작은 소리의 아우성을 외쳤다.

 

"나좀 구해줘."

 

나를 깨운 아내 덕분에 주변을 볼 수 있었는데

조금은 고풍스러워진 방

그리고 어둡지 않은 이곳은

꿈속이었고 다시 어둠으로 잠들었다.

 

이런 느낌이었달까?

 

알람을 맞춰놨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늦은 아침이었다.

알람이 안울렸냐는 나의 말에

아내는 울리지 않았다 말했다.

 

화장실로 직행해 변기에 앉았다.

문을 반쯤 열어놨는데 웬지 문이 혼자 스르르 열렸다.

괜히 오싹해지는 나를 보며 생각했다.

 

"아... 성경 읽어야겠다."

 

 

지난 주일 얘기했던 말씀들

잠언 9:10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요,

거룩한 분을 아는 것이 슬기의 근본이다.

 

개역개정에 나오는 주를 아는 지식이 명철이 근본이었다

라는식으로 얘기했던거 같은데 그게 좀 더 내겐 직관적인 느낌이다.

경외라는 단어가 신기하지.

영어로는 fear라는 거도 참 신선한 충격이다.

나는 한영성경을 좋아한다.

영미권에서 10년 좀 안되는 시간을 살았던 이유도 있고

성경 원문을 번역한 번역본을 읽는지라

직역과, 의역 속에 생각보다 강세가 죽고 마일드해진 말씀들이 있기 때문이다.

 

두려워 할 곳이 없는 곳에서 두려워하는 나 (시편 53:5의 말씀이 떠오른다.)

주를 경외하는 삶을 살길 바랍니다. 라는 내게 주신 일께우심이었을까?

 

 

지난 주일 글을 써보는게 어떨까? 라는 얘기가 있었다.

글이야 사부작사부작 이곳저곳에 쓰고있는데

그래 어디에다가 지속적으로 쌓아 올리는거도 즐겁겠다 싶더라.

tistory를 얘기하시길래 여기서 시작해봐야지.

 

시작한다 하니 떠오른다.

내가 좋아해서 내 글에 자주 인용하는 글

 

프란츠 카프카의 출발 (Der Aufbruch)

 

나는 마구간에서 내 말을 끌어오라고 명령했다.

하인은 내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나는 직접 마구간으로 가서 내 말에 안장을 지우고 올라탔다.

멀리서 나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하인에게 그 소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물었으나

그는 아무것도 알지 못했고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다고 했다.

 

성문 앞에서 하인이 나를 불러 세우며 물었다.

"나으리, 어디로 가시나이까?"

"나도 모른다." 내가 대답했다.

"그저 이곳을 떠나서, 그저 이곳을 떠나서 말이다.

그저 이곳을 떠나서 계속 가야만 나는 내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

"그러면 나으리께서는 목표를 알고 계신 건가요?" 그마 물었다.

"그렇다." 내가 대답했다.

"내가 말하지 않았느냐? '이곳을 떠나는 것', 그것이 나의 목표다."

"나으리께서는 여행 양식도 챙기지 않으셨는데요." 그가 말했다.
"내게는 양식이 필요없다." 내가 말했다.

"여정은 너무나 길어서, 가는 길에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면

나는 굶어죽고 말것이다. 어떤 양식도 나를 구해주지는 못한다.

다행히도, 이것은 정말로 어마어마한 여정이니 말이다."

 

 

이 짧은 글귀가 프란츠 카프카의 실존주의적 철학관을 잘 보여주는듯 하다.

변신이라는 글을 읽기위해 산 책에 수록된 이 짧은 글귀가 내게는 신앙보다 오래됐다.

다만 내게 생긴 신앙의 시작이 이 글을 다시 떠오르게 했고.

이 글은 내게 실존주의적 신앙관을 보여준다.

 

주의 말씀 중 특히 사복음서에서

그물을 버려두고 즉시 따르라한 제자라던지

아버지의 장례를 말한 자에게 죽은자들이 죽은 자를 장사하게 하라는 단호한 말씀들

시대적 배경에 대해서 할 말이야 많지만

내게 이 실존주의적 신앙관은 인사 없는 출발이긴 한데

요는 인간관계에서의 인사 없는 출발은 아니다.

 

 

인생 가운데 나에게만 들리는 나팔 소리가 울리고

나는 그 나팔 소리를 듣고 출발을 즉각 준비한다.

내가 고한 즉각적 출발은

이곳을 떠나는 것

과거에 대한 인사 없는 출발이다.

 

과거에 대한 인사 없는 출발

그 출발선상에서의 일기들을 이 tistroy에 족적으로 남겨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