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피처

울집 마당엔 단풍나무가 있다.
참 좋아하는 단풍나무인데 이 녀석이 너무 커지는 바람에
주차장이 그늘져 냄새가 나는 문제가 생기곤 한다.
집 위로 높게 자라게끔 하지 말라는 말씀에 또 한 축으로 가지치기를 감행
그러고 보니 참 앉아있기가 좋아 그 이후로 가끔 올라가서 저러고 앉아있다.
단풍나무가 참 튼튼한 나무인 덕분에 내 거구를 지탱해줘서
저러고 앉아있으면 참 생각이 많다가도 좀 정리가 되는듯하다.
늘 느끼지만 생각이 많은건 좋은 일은 아니다.
덕분에 아이디어 뱅크같은 느낌이 있긴하지만
정돈되지 않은 생각은 아이디어가 될 수 없다.
끊임없는 생각이 싫어
가끔은 아무 생각없이 웹툰이나 웹소설을 보며 시간을 보낼때가 있는데
아무것도 남지 않고 오히려 도파민에 중독되는 모습을 보여
좋은 도피처는 아니다.
생각으로부터 벗어나기위한 여러가지 방법 중 하나가
글쓰기고 또 다른 하나는 몸을 쓰거나
혹은 어딘가에 고립되는 방법을 쓰곤 한다.
저 나무 위가 참 내게 위로도 되고 생각 정리도 되는 좋은 장소다.
해가 넘어가 4시 5시 즈음 됐을 때 올라가있으면
나뭇잎 사이로 듬성등성 햇빛이 비추는 그 모습이 또 그렇게 이쁘다.
요 근래 고양이가 잡아주는 쥐들을 저 아래에 놓아주고있긴한데...
단풍나무에게 좋은 포상이었기를 ㅋ
내 몸을 지탱하는 가지, 잘라 잎이 나오지 않을거라 생각했던 그 공중그루터기 같은 그 자리엔
웬지 초록 잎이 나오지 않고 벌써 단풍이 진 가지가 올라온다.
생각의 덩어리들이 정리되면서 저기에 걸쳐놓고 와서 그런지 단순히 내 체중때문인지
스트레스를 앵간히 받았나보다.